내가 갔던 페스티벌 중에서, 공연을 본 시간은 가장 짧지만 만족감은 제일 큰 공연이었다.

공연 당일, 일부러 입장 시작 시간인 11시에 맞춰서 시간을 계산해서 나왔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10시 반쯤에 도착했고, 셔틀버스를 타고 11시가 되기 조금 전에 공연장에 도착했다. 교통 하나만큼은 도심 페스티벌 중에서도 최고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내가 사는 곳이랑 가까운 것이 너무 좋은데, 그것 말고도 역에서 공연장, 공연장에서 역 계속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것도 너무 좋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공연장에 도착하니 이미 꽤 입장 줄이 생겨 있던 상태였다. 나는 부스에서 티켓을 받고, 팔찌를 바꾸고, 입장 줄을 섰다.
이때 윌 조셉 쿡(Will Joseph Cook)의 리허설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떤 곡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공연장에 도착하자마자 윌 조셉 쿡의 라이브 소리가 들렸던 것이 신기했다. 2013년, 혹은 2014년에 갔던 서울 재즈 페스티벌이 생각났다. 그때도 입장을 기다리던 중에 바우터 하멜(Wouter Hamel)이 'March, April, May'를 리허설하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다만, 그 년도가 가물가물한데 나도 두 해 다 갔고, 하멜도 두 해 다 나왔기에 확신할 수가 없다)
정시에 입장이 시작하고, 줄은 빠르게 줄었다.
입장한 순간에 윌은 'If You Wanna Make Money' 곡을 리허설하고 있었다.

MD부스에 잠시 갔다가 사고 싶은 게 단 한 개도 없어서 바로 스카이 스테이지 펜스로 갔다. 윌 조셉 쿡의 공연을 가까이서 보는 것이 내 목적이었으므로 망설임이 없었다. 펜스에는 세네 명 정도 있었다. 그리고 12시 정시에 바로 옆에 문 스테이지 공연부터 시작했다.
sixi라는 중국 밴드와 saay, 에이프릴 세컨드, 파라솔, 수란의 순서로 진행됐다.
일 년 전까지만 해도 타임 테이블을 보고 계속 있을 스테이지의 아티스트 대표곡을 한 번씩은 듣고 가는 그런 작은 성의가 있었는데... 이번 그린플러그드에서는 그런 거 전혀 없이 그냥 갔다. 에이프릴 세컨드는 페스티벌 분위기에 잘 맞는 밴드 같았다. 파라솔은 경마장 다녀오는 길이라는 노래만 예전에 유튜브 추천에 떠서 한번 들어봤었다. 수란은 공연 스타일이 대학 축제 공연 같았다.
그리고 윌 조셉 쿡 공연 때... 생각보다 인파가 적어서 열심히 호응했다.
코인하고 윌 조셉 쿡이 시간대가 딱 붙어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분산된 것 같았다(주최 측의 의도일지도). 코인도 좋지만 윌 조셉 쿡에 진심이었던 나....
라이브 너무너무 잘해서 놀랐고 윌이 너무 귀엽다. 음향은 막 엄청 만족스럽진 않았다. 뒤에 나오는 영상도 너무 허접했다. 공연 끝나고 작은 밋앤그릿도 했는데 밴드 멤버들이랑 스태프까지 다 엄청 착하고 잘 받아줬다.
그리고 밋앤그릿하느라 당연히 코인 다 놓친 줄 알았는데 선 어스 쪽이 딜레이가 더더 훨씬 심해서 코인 시작하기 전에 어스 스테이지 도착했다. 나름 시야 확보도 잘됐고 코인 되게 재밌게 봤다. 퍼포먼스적인 부분이 좋다. 팬들이 이벤트도 많이 준비해서 보기 좋았다.
다시 문스카이 넘어와서 하이네켄 맥주 한잔 사 먹는데 글렌체크 시작해서 보러 갔다. 글렌체크 오래 좋아했는데 공연 보는 건 처음이었다. 진짜 너무 신나고 분위기가 좋아서 재밌고 흥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글렌체크 끝나고 뒤에는 딱히 보고싶은 팀이 없어서 집에 갔다.

그린플러그드는 돗자리에서 보는 관객들이 많고 스테이지가 너무 많아서 분산이 잘돼서인지 스탠딩 관람 환경은 진짜 쾌적하다. 그리고 이날 날씨가 하루종일 햇볕 별로 안 나고 기온 자체도 22도 정도라서 야외 페스티벌로는 최고였다. 다음에도 라인업 마음에 들면 또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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