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일요일 밤인데 비까지 오네요. 점점 무거운 마음은 커지지만 월요일 아침이 오는 건 누구도 막을 수 없으니까요. 제일 좋아하는 일을 아껴뒀다가 일요일 밤에 하면서 이겨내 봅시다. 뭐가 있을까요?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보기, 달콤한 간식 먹기, 떨어져 있는 친구나 가족과 통화 나누기, 소설책 읽기, 요즘에 빠진 노래 듣기, 청소, 반신욕, 다이어리 쓰기, 운동 등등. 다 필요 없고 그냥 누워서 스마트폰을 하다가 스르륵 잠이 드는 것도 있겠고요. 또 뭐가 있을까요? 저는 글을 쓰기를 선택했습니다.
오늘은 맞춤법이 아니라 '사전의 표제어 기호'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우리말을 공부하다 보면 가장 자주 의문이 생기는 분야가 무엇인가요? 맞춤법? 문장부호? 외래어 표기법? 각자 생각하는 분야가 있겠지요. 저의 경우는 감히 띄어쓰기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에 학교에서 논술 수업을 들었을 때, 어떤 주제에 관해 글을 쓴 후 친구와 바꾸어 읽고 친구의 글을 첨삭해 주는 과제가 있었어요. 친구의 글을 읽다가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나왔어요. 저는 갑자기 궁금해졌죠.
'산업혁명은 사이를 띄워 쓰는 게 맞을까, 붙여 쓰는 게 맞을까?'
사전을 찾아봤어요.
산업^혁명(産業革命) 『역사』 18세기 후반부터 약 100년 동안 유럽에서 일어난 … |
'사이에 뭐(^)가 있네. 띄워 쓰는 게 맞겠지.' 저는 빨간 펜으로 친구의 글에서 '산업혁명'을 '산업V혁명'으로 고쳐주었죠.
그리고 수업시간이 왔어요. 저는 첨삭을 마친 친구의 글을 친구에게 전달했어요. 친구는 제가 첨삭한 부분을 읽다가 '산업V혁명' 부분을 보고 제게 물었어요.
"근데 이거는 붙여서 쓰는 게 맞지 않아?"
그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헷갈렸어요.
'잠시만… 그때 사전에 무슨 기호가 있었는데. 그게 혹시 붙여 쓰라는 표시인가?'
저는 확신할 수 없었어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죠.
"으응… 그런 거 같아… "
제가 만약 그때 사전에서 쓰이는 기호의 쓰임에 대해 정확하게 알았더라면 저는 위와 같은 확신 없는 말 흐리기 대신에 이렇게 답변할 수 있었을 거예요.
"산업^혁명은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 쓸 수도 있는 전문 용어야. 나는 원칙을 고려해서 사이를 띄는 것으로 첨삭했지만, 너 말대로 붙여 쓰는 것도 맞아."
이렇게 사전에서 단어를 찾다 보면 표제어에서 기호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저처럼 헷갈리고 우물쭈물하지 않기 위해서 사전에서 사용되는 기호의 종류와 그 쓰임을 한 번쯤 알아두는 것이 어때요? 어렵지 않아요. 그럼 알아볼까요?
사전의 표제어에서 쓰이는 기호는 '^','-','•'가 있습니다.
먼저 '^'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나 붙여 쓸 수 있는 전문 용어나 고유 명사 표시 기호입니다. 참고로 한글 맞춤법 제50항에도 관련 규정이 있습니다. “전문 용어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쓸 수 있다.” 예로는 위에서 언급한 산업^혁명(産業革命), 합성^명사(合成名詞)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는 복합어의 최종 분석 단위 경계를 표시하는 기호입니다. 즉, '-' 기호의 앞뒤에 있는 단어가 합쳐져 하나의 단어를 이루었다는 의미입니다. '-' 기호가 있는 단어는 하나의 단어이므로 반드시 붙여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문화유산’은 사전에 ‘문화-유산(文化遺産)’으로 올라 있는, 항상 붙여서 써야 하는 단어입니다.
마지막으로, '•'는 일정 기준에 따라 묶어 제시할 수 있는 명사가 연이어 결합한 표제어를 표시할 때 사용하는 기호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사용됩니다.
(1) 갈로•로만-어(Gallo-Roman語)
(2) 주거•신체^수색죄(住居身體搜索罪)
여러분, 여기에서 (1)은 항상 ‘갈로로만어’로 써야 하고, (2)는 ‘주거신체수색죄’와 ‘주거신체 수색죄’ 두 가지로 쓸 수 있다는 것. 이제는 알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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