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서’와 ‘-로써’는 발음도 쓰임도 비슷한 두 개의 조사입니다. 이 둘을 구분하기는 사실 저로서도 쉽지만은 않아요. 먼저 사전적 정의를 살펴봅시다. ‘로서’는 바로 ‘지위, 신분, 자격’을 나타내는 격 조사입니다. 반면에 ‘로써’는 ‘물건의 재료나 원료, 수단이나 도구’를 나타낼 때 쓰고, ‘기준이 되는 시간’을 나타낼 때도 씁니다. 예문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로서’와 ‘로써’의 앞에 있는 체언이 그 문장에서 어떤 뜻을 나타내는지 봅시다.
- 그 사람은 선배로서 나에게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문장에서는 ‘선배’라는 ‘지위, 신분, 자격’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로서’가 쓰였습니다.
- 애교로써 어필해 보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 밀가루로써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다.
첫 번째 문장은 ‘애교’라는 ‘수단이나 도구’를 나타내었고, 두 번째 문장은 ‘밀가루’라는 ‘재료나 원료’를 나타내어서 ‘로써’가 사용되었습니다. ‘로서’와 ‘로써’를 구분하는 저만의 방법을 소개해 드릴게요. ‘로서’나 ‘로써’가 쓰인 자리에 ‘-를 통해’, ‘-를 이용하여’를 넣어보는 것입니다. 이 둘을 넣어서 말이 되면 ‘로써’를 사용하면 돼요. 100% 통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꽤 잘 통합니다. ‘애교를 통해 어필해 보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밀가루를 이용하여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다.’ 둘 다 말이 되지요.
- 내가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오늘로써 사흘이 되었다.
이번에는 ‘기준이 되는 시간’을 나타내어서 ‘로써’를 사용한 경우입니다.
‘로서’와 ‘로써’ 사용할 때 꿀팁. 헷갈리면 ‘서’나 ‘써’를 빼버리고 ‘로’만 써보세요. 대부분은 ‘로’만 써도 문장이 자연스럽습니다.
사전적 정의
로서
[조사]
I. (받침 없는 체언이나 ‘ㄹ’ 받침으로 끝나는 체언 뒤에 붙어)
1.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을 나타내는 격 조사.
그것은 교사로서 할 일이 아니다.
2. (예스러운 표현으로) 어떤 동작이 일어나거나 시작되는 곳을 나타내는 격 조사.
이 문제는 너로서 시작되었다.
로써
[조사]
I. (받침 없는 체언이나 ‘ㄹ’ 받침으로 끝나는 체언 뒤에 붙어)
1. 어떤 물건의 재료나 원료를 나타내는 격 조사. ‘로7’보다 뜻이 분명하다.
콩으로써 메주를 쑤다.
2. 어떤 일의 수단이나 도구를 나타내는 격 조사. ‘로7’보다 뜻이 분명하다.
말로써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한다.
3. 시간을 셈할 때 셈에 넣는 한계를 나타내거나 어떤 일의 기준이 되는 시간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로7’보다 뜻이 분명하다.
고향을 떠난 지 올해로써 20년이 된다.
'맞춤법과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쳐쓰기] 짓다/짖다 (0) | 2020.06.18 |
---|---|
명사형 어미 '-ㅁ' (1) | 2020.05.13 |
'-상(上)'과 '-하(下)' (0) | 2020.05.08 |
'다시 한번'의 띄어쓰기 (0) | 2020.05.06 |
'한번'과 '한 번' (0) | 2020.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