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과 '한 번'

이번 주제에서 다룰 단어는 ‘한번’, ‘한 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말에서 사악하고 까다로운 띄어쓰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어렵게 느껴져요. 이번 포스팅을 통해 같이 공부해 보고, '한번'과 '한 번'을 잘 구분해서 사용해 봅시다.
띄어쓰기라는 게 원래 가독성을 위해 도입된 것인 만큼 띄어쓰기가 완벽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뜻은 통합니다. 하지만 이번 주제처럼 띄어쓰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말들은 알아두면 쓸 때마다 맞춤법 고수가 된 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 뭐 별건가요. 어려운 띄어쓰기 맞게 쓰는 나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고 그런 재미에 사는 것이지요.
단위는 띄어 씁니다. ‘세 가지’, ‘두 명’의 경우처럼 말이죠. 마찬가지로, ‘번’이 차례나 일의 횟수를 나타내는 단위일 때는 ‘한 번’, ‘두 번’처럼 띄어서 써야 합니다. 붙여서 쓰는 ‘한번’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시험 삼아 시도함’, ‘기회 있는 어떤 때’, ‘강조’, ‘일단 한 차례’의 의미를 나타낼 때입니다. 스크롤을 조금 내려서 ‘한번’의 사전적 정의도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때 ‘한번’은 합성어로 취급됩니다.
일반적으로 구분하는 방법은 ‘한 번’이 횟수의 의미가 크면 띄어서 쓰고, ‘시도’, ‘기회’, ‘강조’의 의미가 클 때는 ‘한번’으로 붙여서 쓰는 것입니다. ‘한 번’을 ‘두 번’, ‘세 번’으로 바꿔서 써보고 말이 된다면 ‘한 번’으로 띄어 쓰는 방법도 있고, ‘한 번’을 ‘1회’로 바꿨을 때 말이 되면 ‘한 번’으로 띄어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문장으로 예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하루에 한 번 삶은 계란을 먹는다.”와 같은 문장에서는 횟수의 의미가 크므로 ‘한 번’으로 띄어 썼습니다. 이 문장에서 ‘한 번’을 ‘1회’로 바꿔도 문장이 말이 되죠. ‘하루에 1회 계란을 먹는다.’ 그리고 ‘한 번’을 ‘두 번’, ‘세 번’으로 바꿔도 말이 됩니다. ‘하루에 두 번 삶은 계란을 먹는다.’
“우리도 언제 여행 한번 가야지.”와 같은 문장에서는 ‘한번’이 기회의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에 붙여서 사용합니다.
개인적으로 구분하는 팁을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문장에서 ‘한번/한 번’을 빼보는 겁니다. 부사 ‘한번’의 경우에는 문장에서 빼버려도 그 문장이 자연스러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통 ‘한 번’, 즉 횟수의 의미일 때는 이를 빼면 문장이 부자연스럽습니다. ‘하루에 삶은 계란을 먹는다.’ 좀 이상하죠. 뭔가 빠진 느낌이 나고요. 뭐 의미는 대충 통하겠지만 이 문장이 더 자연스럽게 되려면 ‘하루에 한 번 삶은 계란을 먹는다.’ 혹은 ‘하루에 삶은 계란 한 개를 먹는다.’ 정도로 써야 되겠지요. 부사 ‘한번’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우리도 언제 여행 가야지.’ 이 문장은 자연스럽죠. 대부분은 이렇게 문장에서 ‘한번/한 번’을 빼봤을 때 자연스러우면 부사 ‘한번’이므로 붙여 쓰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약간 까다로운 것은 명사 ‘한번’의 경우인데요. 이 경우 명사 합성어 ‘한번’은 ‘지난 어느 때나 기회’의 뜻으로 주로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지.’처럼 ‘한번은’ 꼴로 사용됩니다. 이 사실을 알고 뜻을 따져보아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사전적 의미
한번
[명사]
1. 지난 어느 때나 기회
[부사]
1. 어떤 일을 시험 삼아 시도함을 나타내는 말
2. 기회 있는 어떤 때에
3. 어떤 행동이나 상태를 강조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
4. 일단 한 차례
한
[관형사]
1. (일부 단위를 나타내는 말 앞에 쓰여) 그 수량이 하나임을 나타내는 말
번
[의존명사]
1. 일의 차례를 나타내는 말
2. 일의 횟수를 세는 단위
3. 어떤 범주에 속한 사람이나 사물의 차례를 나타내는 단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