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일기

자가격리 1일차 후기(부제: 음성 판정)

lu3 2021. 8. 27. 22:25

어제는 잠이 진짜 안 왔는데, 12시쯤 억지로 잤다. 한편으로는 '양성이면 검사 받고 그날 저녁에 연락이 온다고 했는데 연락이 오지 않으니 나는 음성 아닐까?'라고 정신승리를 했지만서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사실 잠도 엄청 설치고 악몽을 여러 번 꾸기도 했다. 

비록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지만, 자가격리 기간 동안 반드시 규칙적인 생활(12시 취침, 7시 기상)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상태이고 꼭 그렇게 할 것이다. 오늘도 평소에 회사 출근할 때의 기상 시간에 일어나서 역시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노트북 앞에 앉아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9시가 조금 지나자 보건소에서 문자가 왔는데, 예상했던 대로 음성 판정을 받았다. 너무너무 안심이 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만약 양성이었다면 또 내 가족, 회사 동료들이 자가격리를 해야만 했을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정말 너무 안 좋았다.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아 내 주변 사람들이 자가격리를 안 해도 되고, 또 내심 걱정했던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 모두 안심했겠지. 회사에 바로 보고하고, 친구와 가족들에게도 모두 알렸다.

아침으로는 오트밀을 우유에 타서 먹었다.

12시에 쿠팡 로켓배송으로 시킨 모니터가 왔다. 처음에 받고는 커서 놀랐다. 27인치가 이렇게 큰 거였나? 그럼 내가 옛날에 쓰던 모니터는 20이나 24인치쯤 되었나보다. 아무튼 십자드라이버와 일자드라이버로 뚝딱뚝딱 조립하고(너무 쉬웠다) 듀얼 모니터가 되니까 그때부터 한결 재택근무 환경이 편해졌다. 

입맛도 별로 없고 점심에도 오트밀을 우유에 타서 먹었다.

재택근무의 장점은 깨끗한 내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최애의 노래를 틀어 놓으니 정서에 참 많이 도움이 되었다.

 

그러다가 오후 5시쯤 되니까 배가 고파서 저녁을 일찍 먹었다. 천일 냉동 김치볶음밥.. 저번에 천일 냉동 볶음밥을 10개 샀는데 아직 냉동실에 7개가 있다. 김치볶음밥은 처음 먹어봤는데 뭔가 맛이 덜한 느낌이 들어서 냉장고에 있는 베이컨 크럼블을 넣어서 같이 볶았다. 천일 볶음밥은 양이 내 기준 1.5인분 정도로 많다. 반만 덜어서 먹기에는 모자랄 것 같고 다 먹기에는 너무 많은 아주 애매한 양이다. 맛은 뭐 다들 상상하는 그런 맛.

자가격리 기간 동안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식사는 최대한 쓰레기가 많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집에 있는 거 위주로 많이 먹고,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배달 같은 건 자제해야겠다.

 

김치볶음밥에 못생긴 계란 후라이까지 같이 먹었다. 이렇게 먹으니까 오늘 먹은 것들이 단백질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 신타 단백질파우더도 우유에 타서 한 잔 마셨다. 

우유가 얼마 안 남아서 쿠팡 프레쉬로 시키고, 몰랐는데 배송비를 채워야 해서 샐러드랑 아이스크림도 샀다. 

이렇게 꿀꿀하고 싱숭생숭한 금요일 저녁이라니! 그냥 막 문득문득 우울한 기분이 든다. 남은 8일 반도 잘 이겨내 보자.

 

나에게도 전담 공무원이 배정되어 어플을 받아 연결했다. 이 어플은 [자가격리자 안전보호]라는 건데 켜있는 동안 위치 추적이 되고 동작감지도 된다. 그리고 어플에서 하루 두 번 자가진단을 해야 한다. 또 오후 3시 30분 전후로 AI에게 전화가 온다는데... 그 전화가 어떤 것일지가 궁금하다. 내일 전화가 오려나?